우주학 화성 유인탐사
화성은 지구를 제외하면 태양계에서 서식지로 가장 적합한 조건을 지녔으며 인간이 우주에서 달 다음으로 갈 만한 행성이다. 그런데 화성에 도달하는 것 자체도 만만치 않지만 지구로 돌아오는 것은 그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어려운 일이다. 그냥 그대로 머무르는 편이 더 쉬울지도 모른다.
20세기 초반, 로켓에 심취하여 우주 경쟁의 원동력이 되었던 사람들은 화성을 1세대 유인 우주 탐험의 궁극적인 목적지로 생각했다. NASA가 1960년대 후반 아폴로 달 탐측선을 계획하던 때, 그곳 엔지니어들 사이에서는 1980년대까지는 인간을 화성에 보내는 계획이 이루어지리라 확신하는 분위기가 감돌았다.
그러한 믿음이 오늘날에 와서 터무니없는 공상처럼 느껴지게 된 까닭은 우주 시대 초기의 이상주의자들이 무리한 야심을 품어서라기보다는 각박한 경제 현실과 정치권의 의지 부족 때문이라 봐도 무방하다. 미국과 소련이 치열하게 벌였던 우주 경쟁은 1969년 닐 암스트롱이 최초로 달에 작은 발자국을 남길 때 끝난 것이나 다름없다. 또한 그로부터 수십 년 동안 지역적인 사안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유인 우주선이 지구 저궤도 위성으로 대체되었고, 태양계 탐험은 갈수록 정교해지는 무인 우주선이 맡게 되었다.
그러나 화성으로 유인 탐사선을 보내고자 하는 꿈은 아직도 사라지지 않고 있으며 결국에는 실현될 것이 분명하다. 붉은 행성의 먼지밭에 처음으로 발을 내딛는 사람이 미국의 애스트로넛이든 러시아의 코스모넛이든 중국의 타이코넛이든 기본적으로 동일한 난관을 극복해야한다. 그러한 난관 대부분은 결코 바꿀 수 없는 행성 궤도의 물리적 성질 때문에 발생한다. 화성으로 유인 우주선이 가는 데는 6~7개월이 걸리리라 예상되는데, 현재의 무인 탐사선이 가는데 걸리는 시간과 동일하다. 이 정도로 빨리 가려면 2년에 한 번씩 일어나는 충을 기다려야 한다. 게다가 탐사자들이 화성에서 적응하는 데에도 오랜 시간이 걸리며 모든 기술적인 장애물이 극복된다고 가정하더라도 왕복 여행에 3년 남짓한 기간이 든다.
무엇보다도 지구로 돌아오는 일 자체가 불가능에 가까울 정도로 어렵다. 유인 캡슐을 화성으로 보낼 수 있다 하더라도 충분한 연료를 공급해 지표면에 안착시키고 다시 궤도로 발사하여 지구로 귀한시키는 일은 별개의 문제다. 일체형 화성 참사선은 너무 커서 지구에서 직접 발사할 수 없으며, 지도 궤도에서 각 부분을 조립하는 방법밖에 없다. 그렇다면 연료를 가득 채운 귀환용 우주선을 화성으로 먼저 발사하여 화성 궤도에 무사히 진입했는지 화인한 후 유인 우주선을 보내는 것이 좀 더 합리적인 방안이다.
이 문제에 대한 기발한 접근법이 있다. 마스 다이랙스로 불리는 계획인데 1990년대에 로버트 주브린이 설계했다. 지구 귀환선을 화성 궤도권에 보내 대기시키는 데 그치지 않고 지표면에 착륙시킨 후 화성 토양에서 추출한 원료로 연료를 제조하여 귀환선에 사용한다는 구상이다.
6개월 동안 행성 간 우주 공간을 이동하다 보면 우주선에 승선한 사람들이 의학적인 위험에 처할 수도 있다. 우주선은 자체적인 축을 중심으로 회전함으로써 기본적인 인공중력을 만들어내지만 그렇게 해서 지구나 화성 같은 중력을 계속해서 만드는 일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따라서 승선원은 국제 우주 정거장의 우주 비행사들이 흔히 겪는 근무력증이나 골다공증의 위험을 이겨내야 한다. 이처럼 근육과 뼈가 약해진 채로 화성에 도착하면 더 위험해질 가능성이 크다. 중력은 있지만 부상을 입어도 외부로부터 의학적인 도움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고에너지 태양 복사 또는 고속 태양풍이나 우주 광선으로 불리는 고속의 입지도 심각한 위험 요인이다. 지구에는 자기장이 있어서 저궤도 위성 등의 우주선이 이들의 영향을 받지 않지만 화성으로 향하는 우주선은 무방비 상태이므로 반드시 적절한 차폐장비를 장착해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손상을 입을 수 밖에 없다.
이러한 위험을 최소화하려면 주 탐사선에 앞서 주거 모듈과 대부분의 장비를 보내 탐사자들이 도착했을때 바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수송에 따르는 어려움을 고려할 때 화성 기지는 지구로부터 보급을 받는 것보다 초반부터 자급자족형으로 운영해야 한다. 다행이도 최근 발견에 따르면 화성에는 단기간 기지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윈료 대부분이 있다고 한다. 특히 풍부한 물은 농작물에 물을 주고 인간이 직접 마시는데 필요할 뿐 아니라 호흡에 필요한 시설을 가공하고 연료와 전력을 생산하는 데도 없어서는 안될 요소다. 초기 화성 탐사자들은 토양에서 물을 추출하려 애쓰기보다는 얼음이 풍부한 귓불형 충적선상지처럼 손쉬운 물 공급원 가까이에 터전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분명 화성을 탐사하는 일은 달을 왕복하는 짧은 여행에 비해 월씬 더 큰 프로젝트다. 탐사를 준비하는 과정에서만 몇 년에 걸쳐 다양한 장비를 개발해야 하며 탐사 여행에는 며칠이 아니라 몇 년이 든다. 그렇지만 화성의 환경은 달보다 서식하기에 한층 더 적합하며 그곳에서 얻을 수 있는 과학적인 성과도 훨씬 더 흥미로울 법하다. 첫 번쨰 탐사팀이 안전하게 귀환한다면 최초의 반영구적 과학 기지를 세우는 일은 시간 문제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좀 더 장기적으로 볼 때 인간이 화성으로 대량 이주할 수 있는 날이 올까? 물론 이는 공상과학 소설에나 나올 듯한 생가가이다. 그런데 우주론자이기에 앞서 천체 연구의 권위자인 스티븐 호킹은 "인류 종족이 오랫동안 생존하려면 우주 식미지 개척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는 우리는 결국 화성과 태양계의 다른 천체에 자급자족이 가능한 식민지를 개척하겠지만, 앞으로 100년 내에는 불가능하다."고 예견한다.
화성 전체를 식민지화하려면 그 환경부터 대대적으로 개조해야 한다. 이러한 작업을 테라포밍이라 부른다. NASA 과학자들이 이미 테라포밍 방안을 제시한 바 있다. 그중 한 가지는 희박한 대기 중으로 온실 가스를 인위적으로 배출 시켜 순식간에 화성 온난화 효과를 유발하여 빙관을 녹이자는 제안이다. 이렇게 하면 이산화탄소와 물이 방출되어 화성의 대기가 두꺼워질 것이다. 동시에 나무를 심음으로써 이산화탄소를 신선한 산소로 분해하자는 내용이다. 물론 이러한 과정에는 수천 년이 걸리겠지만 화성의 먼지에 첫 번째 발자국을 남기는 동시에 시작되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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