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학 화성 마스 패스파인더
지연과 실패가 잇따른 후에 계획된 NASA의 마스 패스파인더는 향후 화성탐사의 성패를 좌우할 임무였다. 최초로 소형 로봇 탐사차를 화성 지표면에 올려놓음으로써 한층 더 과감한 차세대 탐사의 길을 열겠다는 취지로 계획되었다.
바이킹 임무가 엄청난 성과를 거둔 것은 사실이지만 다시 한 번 화성 착륙에 성공하기까지는 20년이 걸렸다. 1970년대 후반과 1980년대에 걸쳐 NASA의 초점은 지구와 좀 더 가까운 우주 공간에 집중되었다. 소련의 탐사 시리즈가 제한적인 성공을 거두고 있을 무렵, NASA는 스페이스 셔틀 즉, 우주 왕복선이라는 야심 찬 계획을 추진하는데 열과 성을 다했다. 스페이스 셔틀이 작동되기 시작하자 화성에 대한 미국인등 관심이 되살아났다. 그렇지만 1992년에 바이킹 이후 처음으로 발사된 궤도선 마스 옵서버가 통신이 우절되면서 실패로 돌아갔다. 다시 한 번 화성 임무가 시작되고 성공을 거둔 것은 1996년에 이르러서였다. 이때 발사된 궤도선은 마스 글로벌 서베이어이고, 착륙선은 착지만큼 큰 임무를 띤 마스 패스파인더였다.
당연하게도 패스파인더는 화성 탐사를 재개하는 우주선으로 설계되었다. 하지만 그뿐만이 아니라 마스 옵서버를 비롯해 너무 복잡하고 비싼 NASA의 탐사선들이 실패한 일을 교훈 삼아 더 빠르고 더 뛰어나며 더 값싼 설계 철학을 구현한다는 의도도 있었다. 이에 1억 5,000만 달러의 예산을 들인 패스파인더 계획은 개념 검증의 장이 되었다. 이를 통해 검증된 기술들은 오늘날까지도 화성 탐사에 사용되고 있다.
패스파인더는 총질량이 275킬로그램에 불과하여 비교적 저렴함 로켓인 텔타 2호를 발사체로 쓸 수 있었다. 1996년 12월 4일 발사된 패스파인더는 순조로운 운항 끝에 미국 독립기념일인 1997년 7월 4일 화성 대기권에 집입했다. 이 착륙선을 감싼 에어로쉘은 두 부분으로 이루어졌는데, 아랫부분은 대기권 상부를 통과하여 하강할 때 필요한 방열판이었다. 패스파인더가 대기권에 진입한 다음에는 백쉘에서 초음속 감속기 역할을 하는 낙하산이 펼쳐져 하강 속도가 좀 더 늦춰졌다. 한편 착륙선 자체는 20미터 길이의 케이블에 이끌려 하강했다. 그러다가 지상 350미터 남짓한 높이에서 착륙선을 보호하기 위한 풍선 모양의 에어백 다발이 부풀려졌고, 98미터 높이에서는 백쉘의 역추진 로켓이 추가 감속을 위해 분사되었다. 이 복잡한 하강 절차는 21미터 높이에 이르렀을 때 착륙선에서 케이블을 분리하는 것으로 끝났다. 이렇게 해서 지표면으로 하강한 착륙선은 몇 번 튕긴 후에 멈췄고, 이때 내부에 있던 감지기가 작동하여 에어백이 수축하면서 착류선이 똑바로 섰다. 그런 다음 착륙선은 작동을 시작하기 위해 날개 모양을 한 태양 전지판 세 개를 펼쳤다.
패스파인더 착륙선 본체에는 세 가지 주요 장비가 실렸다. 망원경에 부착된 입체 카메라, 대기 구조 관측기, 지표면의 기상조건을 측정하기 위한 기상 관측 패키지등이다.
그러나 패스파인더 임무에서 가장 야심차고도 일반인의 상상력을 사로잡은 부분은 소저너였다. 여석 개의 바퀴로 움직이는 이 소형 탐사차는 길이가 65센티미터에 불과했으며, 전국의 학생이 참여한 공모를 통해 19세기 노예 폐지론자이자 여성 인권 운동가인 소저너 트루스의 이름을 따서 명명되었다. 윗부분이 평면형 태양 전지판으로 된 소저너에는 카메라, 시범적인 자동 위험 감지기, 암석 표본을 분쇄하기 위한 단순한 바퀴, 암석의 화학성분을 탐지하는 알파 양성자 엑스선 분광기 등 자체적인 장비가 실려 있었다.
소저너의 최대 속도는 초당 1센티미터에 불과했다. 애초에 며칠 동안만 작동시킬 목적으로 설계되었으며, 수명이 길어야 한 달을 넘기지 못하리라 예상되었다. 그러나 소저너는 예상을 훌쩍 뛰어넘어 3개월 가까이 작동되었고, 총 100미터가 넘는 거리를 뒤뚱거리며 오갔다. 물론 지구와의 교신 기지인 패스파인더로부터 반경 12미터를 벗어나지는 않았다. 소저너가 지구로 전송한 주위 지형 사진은 통틀어 500장이 넘으며 분석한 암석 표본도 16개나 된다.
패스파인더는 바이킹 1호의 착륙지와 멀지 않은 크리세 플라니티아의 범람 수로인 아레스 발리스에 착륙했다. NASA의 과학자들은 그곳에서 패스파인더가 과거 화성에 물이 있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증거를 찾아내길 기대했다. 착륙지 주변에 있는 암석은 대부분 화산암으로 밝혀졌다. 그런데 요기로 이름 붙여진 암석만큼은 매끄러운 표면으로 볼 때 물에 의해 침식되고 운반되었음을 짐작하게 했다. 9월 27일 지구와의 교신이 두절되기까지 패스파인더는 화성의 환경을 담은 귀중한 사진을 1만 6천장 넘게 전송했다. 또 작지만 다부졌던 소저너는 임무를 훌륭하게 완수함으로써 좀 더 야심 찬 차세대 탐사차를 개발하는 데 본보기가 되었다.
* 화성의 위성인 포보스를 탐사하기 위해 쌍둥이 탐사선을 보냈으나 둘 다 교신이 두절되었다.
* 마스 패스파인더 기지국으로부터 촬영된 이 사진에는 소저너가 아레스 발리스의 지표면으로 굴러 나온 직후의 모습이 담겨 있다. 가스가 빠져나간 착륙선의 에어백 하나가 아래쪽에 보인다.
* 패스파인더 기지국이 임무 8,9,10솔째에 촉착한 사진을 합성한 360도 파노라마를 보면 멀리 보이는 억덕 두개는 착륙지로부터 2킬로미터 정도 떨어져 있는데 곧바로 트윈픽스, 즉 쌍둥이 언덕이라는 별명이 붙여졌다. 가운데에서 오른쪽에 소저너와 요기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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