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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알쓸신잡

제6회 수림문학상 수상작 Call Center 콜센터 김의경 장편소설

콜센터 Call Center 

김의경 장편소설

광화문 글방


P. 140

가치를 높여주는 건 직업 말고도 많다.

공중파 아니운서와 백화점 아나운서 사시에는 물론 격차가 존재할 것이다.

어쩌면 시현은 나와 같은 세계에 속한 사람이 아닐지도 모른다.

앞으로 시현과 내가 만날 일은 평생 없을지도 모른다.

시현이 백화점 아나운서에 머문다면 나에게도 기회가 주어질까

그렇다면 나는 시현이 영원히 이쪽 세계에 어물길 바랄 것이다.

기적이 일어나 시현이 저쪽 세계로 넘어간다면 우리는 만날 일이 없어지는 건가.

브라운관을 통해서가 아니라면 말이다.



P.146

.. 언젠가 사장이 불 꺼진 매장에서 했던 말이 들려왔다.

"레스토랑에 들어가서 요리를 배웠는데 군기가 심한 곳이었어. 

세프의 폭력을 웃으며 견뎠지. 그리고 나도 그렇게 했어. 배운대로.

사람을 개처럼 다루니 말을 잘 알아먹더라고.

늘 누군가를 짓밟아가면서 여기까지 왔어.

세상천지에 나 혼자뿐이라 그렇게 하지 않았으면 이렇게 자리 잡을 수 없었을 거야.

성공하려면 너도 그렇게 해. 너를 아껴서 하는 말이야."



P.157

우리는 모두 이 일자리가 아쉬운 사람들이고 센터에서 잘리면 다시 힘든 구직 절차를 거쳐야 한다.

지렁이가 꿈틀해봤자 변하는 건 없다. 

이 여행은 결국 우리가 아무리 발버둥쳐봐야 변하는 게 없다는 것을 재확인한 잔인한 여행이 되어버린 건가.

하지만 부산행에 동참한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 

내안에 뭉쳐 있던 무언가가 조금은 풀린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조금, 아주 조금이지만.



P.222

하지만, 주리는 아직 오지도 않을 미래 때문에 불안해하지 않기로 했다. 

지금 형조와 함께하는 시간도 언젠가는 손에 잡히지 않는 과거가 될 테니까.

설사 헤어지더라도 인연의 끈이 닿아 있다면 2년 후 길거리에서 마주칠 거라고 믿었다.

미래란 것은 현재에 충실하다는 전제하에 기대해볼 수 있는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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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의 불안이 맞닿아있는 책을 오랜만에 접한다.

읽는자인 나의 20대 아니 40대인 지금도 이 책속의 인물들처럼 불안하지 그지없는 삶을 살고 있다는데 한숨이 피식 나왔다.


삶은 한순간에 바뀌지 않는다.

현재에 충실하다는 전제하에 기대해 볼수 있는 미래라는 것은 정말이지 신물이 날 지경이기까지 하다.

- 학교다닐때 공부를 안했고 - 일류대를 못나왔고 - 대기업을 못갔고.. . . .


그런데, 좀 유지하긴 하나 본인의 역량이 어딘가 뛰어나다면

(밴쯔처럼 하루종일 먹을 수 있는 능력이 있다거나, 헤이지니처럼 하루종일 애들 장난감을 혼자 잘 가지고 논다라면..)

이런 불안들을 잠식시킬 수 있는 기회들이 도처에 많아지긴 했다.


허나,

역시나 벼룩. 

벼룩에게 너른 공간을 주어도 벼룩의 삶이 그저 한뼘밖에 안되는 범위라면

그것은 넘어서기 버거운 법.


청춘들은 물론

이시대에 잘나지 않은 사람들이 한번씩 읽어보면 좋겠다 싶은 책이다.


물론,

콜센터에 근무하시는 직원분들이 읽으면 좀더 피부에 와닿을 수도.


다음편도 기대합니다.

김의경 작가님!!